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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교수 - 세계적 해양관광 부산이 되는 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2/08/29

[시론] 세계적 해양관광 부산이 되는 길 /전호환



  대학생 시절인 1978년 여름. 필자는 해운대 앞바다를 달리고 있었다. 요트 동아리 동료와 함께 손수 만든 1, 2인승 딩기급 요트 위에서 파도를 헤치고 돛으로 바람을 갈랐다. 바다에서 바라본 장산에 안긴 해운대는 시골 마을처럼 참 아름다웠다. 언젠가는 이 바다가 외국의 항구 도시들처럼 수많은 요트로 넘실거릴 것이라는 미래 부산의 그림을 그렸다.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요트 계류장과 수리시설을 갖춘 마리나 시설도 그림 속에 담아 보았다. 조선공학을 전공한 필자의 대학 생활은 이렇게 바다와 함께 꿈을 키우는 시기였다.

 선진국 진입의 신호탄이라고 하는 서울올림픽이 1988년 개최되었다. 부산에서는 요트경기가 열려 국내 최초로 수영 마리나 시설이 들어섰다. 마리나 시설은 당시 해양인들의 꿈이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해양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친수공간을 이용한 해양문화시설이 많이 건립될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그러나 24년 전에 만들어진 400선석 규모의 수영 마리나가 부산에 존재하는 유일한 해양스포츠 시설이고 국내 최대 규모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가 되면 요트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몇몇 지자체가 마리나 시설을 지었지만 요트 인구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선례가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트는 선박이지만 개인이 소유하는 레저 기호품이다. 마치 자동차와 같다.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도로, 주차장, 부품 조달, 수리공장 등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요트의 인프라는 마리나 시설이고 바다의 도로이다.

 영국 유학시절인 1988년. 필자는 영국 친구들과 크루저급(숙박시설을 갖춘 먼바다 항해용) 요트를 타고 영국 연안을 항해했다. 조그만 요트만 타 보았던 필자는 대형요트를 그때 처음 접했다. 수백 척의 요트가 계류되어 있고 요트 수리시설이 갖추어진 마리나 시설도 나에겐 신선한 첫 만남이었다. 설렘으로 시작한 항해는 충격과 함께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바닷길 정보를 자세히 기입해 놓은 수십 장의 해도가 요트 선실에 구비되어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사실 아직도 이런 해도는 국내에 없다).

 해도에는 수심, 조류, 암초는 물론 풍랑이 심할 때 대피할 수 있는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항해 중 밤을 새울 수 있는 야간 정박지도 기재되어 있었다. 바다에 도로와 휴게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영국은 이러한 바닷길을 만들고 개척하여 해양강국이 되었고 세계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이때 체험으로 느꼈다. 우리가 국제정세에 어두웠던 1797년(정조 21년), 이미 영국 해군 측량선인 '프로비던스호'가 한국의 동해안과 부산항의 수심 및 조석을 조사하여 해도를 만든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부산의 해안선 길이는 306.2km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과 빼어난 해안 경관을 가진 도시다. 바다는 서울과 차별화된 오직 부산만이 간직한 고유한 정체성이며,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의 소중한 자산이다. 보스턴, 시애틀, 시드니, 홍콩, 밴쿠버 등 선진국 해안 도시들은 지형조건과 역사, 경제활동, 마리나 및 친수공간을 적절히 조화시켜 그 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지난 5월 부산 영도에 해양문화 발전의 이정표가 될 국립해양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출렁이는 푸른 바다의 물살을 배경으로 물방울 형상으로 지어진 박물관을 바라보며 부산이 세계적 해양·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할 방안을 그려 보았다. 그것은 바다로 나가는 길을 많이 여는 것이다. 수영강은 요트를 계류할 수 있는 훌륭한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

  바다에 방파제를 쌓아 만드는 마리나 구축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수영만 강변을 따라 요트계류장을 설치할 수 있다. 광안리, 송도, 다대포와 낙동강 주변도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북항 재개발 구역 내 마리나 시설도 빼놓을 수 없다. 요트는 건조와 수리 운용 및 임대 활동 등으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해안 도시형 성장동력 산업이다. 세계시장 규모도 조선업에 비견될 정도다.

 배를 많이 만든다고 해양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해양강국은 바닷길을 열고 다스릴 때 가능하다. 해양수도 부산이 우리나라 해양강국의 길을 열어야 할 때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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